10여년 전 ‘용인 한숲시티’ 아파트 6800여가구가 한꺼번에 분양에 나섰다가 절반 이상이 미분양돼 ‘한숨시티’라는 오명을 썼던 경기 용인시 남사읍 아곡지구 일대에 올해 중형급 새아파트가 분양에 나선다. 과거 미분양 폭탄이 떨어졌던 것과 달리 이 단지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이르면 올해 3월 말에서 4월쯤 경기 용인시 남사읍 아곡지구 B7블록에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용인시가 지난해 9월 고시한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 승인 서류상 지하 2층~지상 27층, 7개동, 총 660가구 규모다. 올해 1월 착공해 2027년 말 준공 예정이며, 사업비는 4609억7600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수도권 외곽지역 분양 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탄핵 정국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점을 고려하면 분양시기가 밀릴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일단 3월 말 분양을 목표로 견본주택을 짓고 있으며, 아파트 착공은 올해 1월 시작했다”고 전했다.
단지가 들어서는 아곡지구는 과거 ‘한숨시티’라는 악명으로 유명했던 지역이다. 2015년 DL이앤씨(당시 대림산업)가 이 곳에 ‘용인 한숲시티’ 2~6단지와 ‘e편한세상 용인 파크카운티’ 총 6800여가구를 비슷한 시기에 분양하는 바람에 청약자를 끌어모으지 못하면서 초기 계약률이 40%대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아곡지구가 용인 도심에서 다소 먼 데다 당시 교통·학군·생활 인프라가 미비한 외딴 섬 입지라 대거 미분양이 터졌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2018년에는 대규모 입주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84㎡ 기준 2억7000만원 수준이었던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고, 전세가는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시세 폭락 현상도 벌어졌다. 당시 ‘용인 한숲시티’를 분양받은 집주인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해서 ‘한숨시티’라는 조롱을 받았던 것이다.
이렇다보니 올해 현대건설이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도 과거 ‘용인 한숲시티’와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건설 측은 과거와 달리 수도권 일대에서 아곡지구의 실질적인 입지가 상향된 만큼 분양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삼성전자가 아곡지구가 있는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 728만㎡(약 220만평) 부지에 총 36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는 초대형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다.
분양 관계자는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는 향후 삼성전자 반도체 기지까지 자동차로 5분 만에 도착하는 직주근접 입지”라면서 “초대형 일자리를 갖춘 데다, 아곡지구가 입주 10년에 가까워지는 만큼 과거와 달리 교육·생활 인프라가 잘 자리잡아 전세 수요가 풍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용인 한숲시티’가 구축으로 접어들면서 새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제법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총 6800여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입주자들의 10%만 이동해도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660가구)가 다 차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분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같은 용인시 처인구에 분양한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1681가구)가 84㎡를 최고 5억8000만~5억9000만원에 분양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단지는 입지상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일대로부터 8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현재 후속 2단지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서울 강남권 등 최고 인기 지역에서만 수백대 일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고, 나머지 지역은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까지 진행하는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외곽지역인 아곡지구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양 관계자는 “아곡지구가 삼성전자라는 초대형 호재를 낀 데다 이제 용인시 일대에서 새아파트가 들어설 택지지구가 많이 남아있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힐스테이트 용인마크밸리’ 분양은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